AI 사용법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2026년 상반기, 다시 강의 요청을 받고 작년에 쓰던 자료를 열었다. 반년쯤 지난 자료인데 5년 전, 10년 전 강의안을 보는 기분이었다.
AI 사용법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나는 그때부터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충분히 배운 뒤 시작하기보다, 먼저 써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반년 만에 낡아버린 강의 자료
AI 교육 자료가 넘쳐나는 시대다. 나 역시 AI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그에 맞는 자료를 준비해왔다.
2025년 하반기에는 대학교에서 AI 활용을 포함한 강의를 했다. 기본적인 코딩 지식을 배우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개발을 완성하는 교육이었다. AI가 한 번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 즉 컨텍스트와 작업 환경의 제약 안에서 서비스를 완성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강의를 진행했고 마쳤다.
그런데 2026년 상반기에 다시 펼친 자료는 조금 고쳐서 쓸 수 있는 수준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가르치려던 작업에서는 이제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 내용이 너무 많았다.
내가 쓰는 환경에서 에이전트, 즉 여러 작업을 이어서 수행하는 AI를 활용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생긴 변화였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챙겨야 했던 과정 상당 부분을 도구가 대신 처리하고 있었다.
코딩의 기초까지 무의미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당시 AI의 제약을 넘기 위해 가르쳤던 사용법을, 다음 강의에서도 똑같이 가르칠 이유가 사라졌다고 느꼈다.
아깝다는 생각은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결국 요청받은 강의를 위해 교육 자료를 새로 작성했다. 다 만들고 보니 꽤 만족스러웠다. 이것만 알아도 AI를 정말 잘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료로 넘겨주기로 한 자료였는데, 갑자기 아까워졌다. 이 자료로 직접 강의하면 돈을 꽤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고민은 10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그냥 공유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불과 반년쯤 전에 대학에서 사용했던 자료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자료가 아깝게 느껴져도, 반년 뒤에는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내용이 될 수 있었다. 어쩌면 한 달, 길어야 두 달 정도 유효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 기간은 실제로 계산한 자료의 수명이 아니라, 앞선 강의안을 다시 열었을 때의 충격에서 나온 내 예상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할지는 분명해졌다.
자료를 오래 붙잡아두기보다, 아직 쓸모가 있을 때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정보를 나누고 내 가치를 높이는 쪽을 택했다. 내가 바꾼 것은 자료를 아끼는 방식이었다.
설명하던 사용법을 도구가 흡수했다
이 글을 쓰는 2026년 10월, 상반기에 만든 자료를 돌아보면 내 판단으로는 절반 이상이 처음 사용할 때 굳이 몰라도 되는 내용이 됐다. 모델과 에이전트가 대신 해결해주는 과정이 그만큼 늘었다고 느낀다.
내가 해온 작업에서는 말로 몇 가지를 요청하는 것만으로 결과물을 완성해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용법을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어디에서 강하고 어디에서 약한지 설명하는 일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나 루프 엔지니어링처럼, AI가 일할 환경을 구성하거나 작업을 반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가리키는 용어도 계속 등장했다. 하지만 그 이름을 모두 알아야 첫 요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직접 구성해야 했던 기능을 도구가 제공하기 시작하면, 시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설명도 달라진다.
내 자료가 낡았다는 경험을 모든 교육 자료의 유효기간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의 특정 사용법을 완성된 정답처럼 가르치는 일은 망설여진다. 반년 뒤 다시 읽으며 부끄러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육이 필요 없다는 결론은 아니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다 배우고 시작하려 하지 않기
그럼 AI 사용법은 어떻게 배워야 할까.
내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냥 시작하는 것이다. 무엇을 배우고 어디까지 이해한 다음 시작할지 정하기보다, 일단 하나를 열고 무엇이든 요청해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거창한 서비스를 만들 필요도 없다. 지금 해야 하는 일 하나를 말로 설명해보고, 나온 결과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다시 요청해보면 된다. 이건 내가 권하는 출발 방식이지, 그렇게 하면 누구나 같은 결과를 얻는다는 약속은 아니다.
하나둘 시키다 보면 질문도 달라진다.
“이런 것도 되네.”
그러다 “이런 것도 되나?”가 된다.
앞의 질문이 도구가 할 수 있는 일을 확인하는 것이라면, 뒤의 질문은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다. 모든 용어를 먼저 배우지 않아도 그 단계까지는 가볼 수 있다.
물론 시작할 수 있다는 것과 결과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나온 결과가 내가 원한 것인지 살피고, 중요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일은 남는다. 그때 필요한 지식과 도구의 한계를 배우면 된다. 공부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시작의 조건으로 쌓아두지 말자는 뜻이다.
지금 교육이 낮춰야 할 문턱
나는 AI를 처음 써보는 문턱이 생각보다 낮아졌다고 느낀다. 그런데 개발이나 IT라는 말에서부터 어렵다고 생각하면, 도구를 열기도 전에 마음속에 장벽이 생긴다.
지금 AI 활용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 장벽을 낮추는 일이 아닐까. 많은 기능과 새 용어를 한 번에 전달하기보다, 처음 요청을 해보고 결과를 받아본 뒤 다시 요청하는 데까지 함께 가주는 일 말이다.
오래 남을 사용 설명서를 만드는 일보다, 지금 시작할 수 있게 돕는 일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AI 사용법을 배우고 싶다면, 오늘 해야 할 일 하나부터 꺼내보자. 그리고 그 일을 말로 시켜보자.